플래닛 코드 제1화: 코드의 미로에서
제1화: 코드의 미로에서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 "플래닛 코드"는 AI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코드리커머스'라는 서비스로, 사용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특히, 이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 클릭 흐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개인화된 상품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이었다.
그날, 플래닛 코드의 사무실은 평소와 다른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회사의 새로운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알고리즘 업데이트를 앞두고 QA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긴급회의 시작
"또 무언가 잘못됐나 봐요." 개발자 이지훈은 노트북 화면에 고정된 채로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코드와 테스트 데이터를 몇 시간째 들여다보고 있었다. "팀장님, 이거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건지 감이 안 잡혀요."
김현수 팀장은 커피 잔을 손에 든 채로 회의실로 걸어가며 말했다. "진정하고, 하나씩 다시 살펴보자. 민우, QA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버그가 발생했다고 했지?"
QA 엔지니어 정민우는 태블릿을 들어 실시간 데이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었다. "현재 특정 시나리오에서 사용자 구매 데이터가 서버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고, 추천 알고리즘이 이상한 상품을 우선순위로 올려버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여성 신발을 검색했는데 유아용 장난감이 추천으로 뜨는 식이에요."
김현수는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을 때 더 심해지는 건가?"
정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네, 특히 데이터베이스가 높은 부하 상태일 때 문제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로그인 과정에서도 세션이 꼬여 다른 사용자 정보가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UI 디자인 문제
그 순간, 디자이너 박소연이 회의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그녀는 태블릿을 들고 다소 지친 표정이었다. "팀장님, 이번에 수정 요청 들어온 UI 디자인 말인데요. 버튼 색상은 밝은 톤으로 바꾸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리고 터치 영역이 너무 좁아서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하다고 클레임이 들어왔습니다."
이지훈이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아, 결국 색상 문제였군요. 그래서 다들 '눈이 피로하다'고 난리였던 거죠."
박소연은 팔짱을 끼며 반박했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UI가 잘못 설계된 부분도 있어요. 추천 상품 리스트를 스크롤할 때 간혹 페이지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이건 우리 알고리즘 팀과도 관련이 있을 거 같아요."
박소연이 보여준 화면에는 분홍색과 연회색이 섞인 톤의 인터페이스가 띄워져 있었다. 버튼 크기는 한 손가락보다 작아 보였고, 스크롤바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듯 중간중간 튕기는 모습을 보였다.
알고리즘과 UI의 충돌
"아무래도 사용자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는 API 호출 타이밍이 문제일 가능성이 커요." 이지훈이 분석 결과를 보여주며 말했다. "스크롤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인데, 이게 서버 부하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좋아. 우선순위를 정하자. 지훈과 민우는 데이터 꼬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고, 소연 씨는 새로운 UI 디자인 시안을 준비해 주세요. 특히 모바일 터치 영역과 색상 조합에 집중해 주시고요."
이지훈과 정민우는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토론을 이어갔다. 박소연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새롭게 수정된 디자인 초안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태블릿 화면에는 밝은 톤의 색상과 더 넓어진 버튼 디자인이 그려지고 있었다.
긴장 속의 해결 과정
몇 시간이 흐르고, 이지훈은 회의실에서 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원인 분석은 끝났습니다. 알고리즘 쪽에서 데이터 전송 큐를 개선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내일 오전 중으로 패치 적용 가능할 겁니다."
박소연도 새롭게 디자인된 UI 시안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건 수정된 화면이에요. 색상은 사용자 설문 결과에 따라 연한 블루 톤으로 바꿨고, 터치 영역은 1.5배로 늘렸습니다."
김현수는 수정된 화면을 살펴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 방향으로 진행합시다. 모든 작업이 내일 오전까지 끝난다면 다음 주 배포 일정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사무실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 적막 속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긴장감이 가득 차 있었다. 대한민국 IT 허브 판교의 어느 평범한 날, 스타트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군분투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